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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1] 건전한 경쟁은 어느 수준인가?

내러티브& 넘버스/분석과 전망

by Bloomburger 2020. 9. 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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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코노미스트 연재 시리즈, From hospitality to hipsterism

 

1970년대 시카고학파는 인수합병에 대해서 훨씬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이후 수십년간 미국 규제당국의 우호적인 태도 덕분에 대기업들은 점차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쏘, 아마존과 같은 오늘날의 거대한 테크기업들이 탄생한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경쟁부족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아마존 로고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서 이제 안파는게 없는 아마존

 

시카고 학파는 경쟁에 반한다고들 여겨지는 행위가 사실은 경영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경쟁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법과 같은 규제의 개입없이 시장에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전형적인 불공정행위인 약탈적 가격설정 방식(predatory pricing)은 제품제조비용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여 경쟁자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방식에 대해서 시카고 학파는 해당 방식이 시장에서 오래 지속불가능한 열등한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경쟁자를 밀어내는데 성공하더라도 다시끔 독점적이익을 누리고자 가격을 올리면 새로운 기업이 초과이익을 누리기 위해 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오로지 소비자보호에 둔다는 Bork의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이러한 소비자효용 기준의 아이디어로 인해 공정거래의 기준은 과도하게 높은 소비자가격을 책정하는지 여부에 집중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방법은 시장에 경쟁이 건전한 수준으로 존재하는지 판단하는데 매우 협소한 시각을 제공해온 듯 하다. OECD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4년까지 미국과 유럽내 상위 8개 기업의 매출비중은 각각 8%p, 4%p 증가했다.

 

OECD자료
2014년까지 집중도는 해마다 크게 증가해왔다. 출처: Industry concentration in Europe and North America(2019), OECD

 

이러한 현상을 두고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한다. 한쪽은 시장내 경쟁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정체된 노동시장, 증가하는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질병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Emmanuel, Francois(2018)*는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증가하는 것은 낮은 이자율과 부진한 투자 등이 그 배경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David et al.(2020)**은 세계화와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면서 몇몇의 슈퍼스타 기업들이 탄생하였는데 이들은 다른 기업과 비교하여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해당 산업에서 슈퍼스타 기업들의 지배력이 높아짐에 따라 산업자체의 생산성 또한 높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오늘날에는 특히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영업행태와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이들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일반 사용자한테는 거의 무비용으로 플랫폼을 이용하게 해주지만 대신 해당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광고비용을 취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플랫폼 기업이 그 플랫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다른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으며, 스타트업 회사가 새로운 서비스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막강한 데이터베이스와 시장지배력을 활용하려 경쟁을 무마시키거나 해당 회사를 간단하게 사버리기도 한다.(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반된 시각이 있다. 한쪽은 규제를 강화하여 정부가 거대한 테크 기업을 쪼개는 등의 조치를 통해 이들이 소비자의 이익과 심지어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시카고학파쪽은 위와 같은 견해를 hipster(유행에 따르는 사람) antitrust 현상이라고 부르면서 투명하고 철저한 분석없이 제대로 정의조차 되지않은 사회적 목표만을 쫓는다며 비난한다. 강력한 규제는 테크 기업들의 지배력을 물론 낮추겠지만 이와 동시에 규제자들에게 과도한 지배력을 몰아주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의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이 남발되면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폐해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미국의 기업환경을 중심으로 설명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네이버, 카카오같은 테크 기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쇼핑, 엔터,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들의 시장지배를 단지 생산성을 높여 이루어낸 정당한 성과로 인정할 것인가, 경쟁을 해치는 존재로 볼 것인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규제당국이 앞으로 필연적으로 풀어나가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네이버 카카오
슈퍼스타 기업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매출액(억원) 추이, 출처: 네이버금융

 

 


* Emmanuel Farhi and Francois Gourio, <Accounting for Macro-Finance Trends>, 2018,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pp.147-223

** David Autor et al. <The Fall fo the Labor Share and the Rise of Superstar Firms>, 2020,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ume 135, Issue 2, May 2020, Pages 645–709 

 

출처: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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