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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4] 달러의 지배

내러티브& 넘버스/분석과 전망

by Bloomburger 2020. 11. 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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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코노미스트 연재 시리즈, Greenback dominance: Buck up

 

글로벌 화폐, 달러

 

 

1. 자국 화폐 가치의 절하는 painful하지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화폐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면 내국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자국품을 소비하고자 할 것이고, 수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되면서 수출이 더 증가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2014년 콜롬비아 페소가 절하되었을 때 재무부 장관은 "a blessing in disguise"라고 말을 한다.

2. 그러나 현실은 이론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상황도 그러했다. 이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IMF는 여러가지 이유를 지적하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콜롬비아가 자국 화폐로 무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콜럼비아는 거의 대부분 달러화로 교역을 한다. 글로벌 교역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1번에서 설명한 변동환율제가 제공하는 균형 경로가 작동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글로벌 교역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3. 수십년동안 무역과 환율의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1960년대 IMF 연구자였던 Robert Mudell과 J. Marcus Fleming이 만든 모델이었다. 이들의 모델은 달러와 같이 지배적인 화폐를 상정하지 않고 수출국의 화폐로 교역이 이루어진다는 간단한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국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국 화폐 단위로 표시된 수출품의 가격이 저렴해지는 셈이니 해당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수출업자가 해외 거래시 사용하는 화폐가 자국 화폐가 아니라 달러라면 이러한 expenditure-switching 효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4. 그라스만의 법칙(Grassman's Law): 1973년 Sven Grassman은 스웨덴의 무역 데이터를 분석하여 1968년 기준 2/3의 스웨덴 무역은 수출국의 화폐로 이루어졌다고 분석하였다. 즉 대부분의 무역이 먼델과 플레밍의 모델과 같이 수출국 화폐로 이루어진 국제 결제 패턴에서의 대칭성(symmetry)을 이름하여 Grassman's Law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스웨덴이 대미국 수출에 있어서는 자국 화폐가 아니라 달러로 결제하는 행위는 단순한 예외 사안으로 분석하였다. 그 이후 이어진 다른 데이터 분석에서도 Grassman's law는 대부분 유효했으며 단지 대미국의 교역에서만 동일한 예외가 관찰될 뿐이었다. 


5. 1990대부터 연구자들은 Grassman's law의 유효성을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이 의심은 symmetry를 가정했을때의 가격 움직임에 비해 실제 관찰된 제품의 가격 움직임이 훨씬 경직적이었기 때문이다.

6.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FRB뉴욕의 Linda Goldberg와 Cedric Tille은 Grassman's law를 반박하는 결과를 발표한다. 이들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의 무역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수출품은 대부분 수출국의 화폐로 pricing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예컨대 2001년 기준 한국은 수입의 82%가 달러대금으로 이루어졌으나 대미국 수입은 전체 수입의 16% 수준이었다. 이후 연구에서도 이들의 결과를 뒷받침하였는데, 달러는 많은 경우 vehicle currency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7. Gita Gopinath는 절반이 넘는 국제 무역을 아우르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invoiving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의 수입비중보다 4.7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제시하였으며 또다른 연구에서는 미국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로는 달러의 지위에 도전하였으나 대부분이 유로지역 역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중국 위안화의 경우는 더욱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2013년 기준 17% 정도만이 위안화로 거래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실제 미국과의 수출입 비중은 낮음에도 달러로 국제거래를 하는 나라들이 많은 것

 

 


8. 그렇다면 수출기업은 왜 달러화를 기준되는 화폐로 사용하는가? 한 가지 가능성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한 가지 화폐를 vehicle currency로 활용하는 것이 가격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오늘날의 발달된 글로벌 공급망 체계(Global Value Chain) 속에서 수출기업은 수입 원자재를 활용하여 수출품을 생산해 내는데 이 때 수입과 수출에 동일한 vehicle currency를 활용하면 순이익을 화폐 가치 절하로 변동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9. 그런데 왜 하필 달러여야만 하는가? 달러가 아니어야할 이유가 없으니까. 달러는 이미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실물무역과 국제금융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달러화로 돈을 빌린 수출업자들은 갑작스러운 화폐가치 절하(부채가치 증가)를 방어하기 위해 해외매출도 동일한 화폐로 priced in 되기를 원할 것이다. 


10. 미국은 달러화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함으로써 특혜를 누린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수요의 하락 효과는 거의 없으며 해외수요(수출수요)의 증가로 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자국 화폐가 달러대비 하락하더라도 수출이 증대되는 효과는 거의 없기 때문에 수입에서의 비용 부담이 커질 뿐이다. 

11. 달러가 수출입대금 지급에 활용됨에 따라 무역 상대방 국가의 화폐 가치 변화는 수출입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달러 가치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Boz et al., IMF, 2020)

12. 달러화가 국제무역을 지배함에 따라 무역의 흐름은 국제 금융 사이클에 노출되었다. Valentina Bruno 와 신현송에 따르면 달러화 절상은 달러화로 자금을 대부분 조달하는 은행이 신용공급을 축소하게 만들며 이에 따라 달러화로 조달되는 무역대금에 대한 자금공급을 줄이고 이는 수출을 둔화시킨다. 이는 특히 수출업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긴 공급사이클을 가진(그래서 신용의 서포트가 필요한) 기업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13. 이런 이유로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은 달러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이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때마다 달러화의 국제 통화로서의 위상이 훼손되었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이는 wishful thinking일 뿐.

 

 

 

출처: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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